학교 다닐때 이야기. 한 교수가 디자인한 테이블이 있었는데, 합판에서 밀링을 이용해 비선형의 단면부재를 생산하고 그것을 쌓아 최종적으로 비선형의 테이블 형태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부재를 잘라내고 남은 합판을 쓰레기장에 쌓아놓은 것을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50%이상의 합판이 버려지는 듯 보였다. 당시에 문득 자재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은 비경제적인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대량생산의 미덕으로부터 출발한 근대건축, 그리고 그 논리에 맞춰져 최적화 된 모듈화 자재. 최근 지어지는 전혀 근대적이지 않은 비선형 건축들이 발생시키는 비효율과 비경제성이 과연 전적으로 그것을 디자인한 건축가에게만 있을까 하는 생각.
21세기에 들어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이라는 단어가 생산성과 효율성 우선 사고를 잠식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고, 건축에서도, 비록 이미 회의론이 대두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꾸준히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비선형의 건축들이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과학기술에 힘입어 지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의 요구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자본이 다시 동참하여 새로운 효율성을 만들어낸다. 직선으로만 철을 자르던 시대에는 직선의 자재가 미덕이었지만, 자유곡선의 형태가 자유곡선의 자재를 요구하고, 누군가의 연구가 초창기의 고가의 자유곡선의 절단기를 만들어내서, 그것이 점차 인기를 얻게 된다. 이에 대한 건축주의 요구는 많아지고, 자본은 새로운 시장에 투자를 결정하고, 결국 자유곡선의 철을 과거의 직선절단의 비용과 속도로 잘라내는 '새로운 효율'에 대한 정의가 탄생하는 것. 이것이 어떻게 보면 진화의 과정일 것이다.
한가지 다른 방법으로 바라보자면, 비선형의 건축 디자인과 모던화 된 자재사이에, 어느쪽에 더 문제가 있는가라는 우스운 질문을 던졌을때, 이런 예를 가지고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
합판이나, 돌판의 원자재를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비선형의 유기적 형태로부터 추출된다. 현무암을 예로 들자면, 용암이 굳어 직경 1~2미터의 감자같은 용암덩어리를 땅에서 캐어내고, 그것을 절단하여 판석을 만든다. 당연히, 감자를 잘라보면 알겠지만, 작은 단면과 큰 단면이 나오고, 또 타원형의 원판에서 사각형의 돌판을 잘라내면 버리는 부분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결국 근대건축의 형태에 맞춰 자연의 형태가 선형의 논리로 잘라내지면서 또 다른 의미의 비효율과 낭비를 발생시킨 결과물이 우리가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여기는 형태의 자재들인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비선형, 유기적 형태의 소스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한 디자인, 또는 최소한 가공된 자재로 만들어진 디자인들은 과연 어떤 형태일까? 대부분의 자연의 창조물이 그렇듯, 아마도 그것은 구조적인 면에서도 형태적인 면에서도, 근대건축으로부터는 동떨어진 건축물일 것이다.
새로운 정의의 효율, 능률 그리고 경제성을 가진 자재를 생각해본다.
Saturday, January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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